모바일웹2011. 5. 9. 08:35
5년 후 삼성전자 휴대폰은?
삼성전자, IBM·야후와 한 식구 될 수도
◆삼성전자 휴대폰의 미래◆

삼성전자 스마트폰에서 야후의 캘린더 서비스를 활용하는 장면.
스마트폰 알람이 울린다. A씨는 일어나자마자 스마트폰으로 주가, 주요 뉴스, 스케줄을 확인한다. 출근길 자동차 시동을 걸면 스마트폰은 내비게이션으로 변신한다.

회사에 도착해 직원들과 회의를 하던 중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자, 스마트폰에 일반 기입속도보다 1.5배 빠르게 글을 저장한다. 통합메시징 서비스 ‘소셜허브’ 창을 열고 한곳에 모여 있는 SMS, MMS, 이메일, 캘린더, 메모, SNS 중 원하는 걸 골라 전송 혹은 저장한다. 회의 중 나온 의견을 중심으로 구체적인 사항을 논의할 새로운 미팅 대상자를 검색한다. 스마트폰으로 검색한 이들에게 일정과 주제를 알려주면 실시간으로 참석 여부에 대한 답이 돌아온다.

퇴근길. 마침 친구 생일이라 케이크를 사러 나섰다. 스마트폰으로 유명 케이크집을 찾았다. 케이크를 주문하는 동안 다시 스마트폰을 꺼내 전자책을 띄우고 읽다 만 부분부터 다시 읽기 시작한다.

지난 3월 23일 신종균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사장)이 선보인 스마트폰의 미래상이다. 신 사장은 ‘What`s S Life’란 제목의 비디오 시리즈를 통해 스마트폰이 가져올 생활 변화를 함축적으로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사실 이런 세상은 이미 기술적으로 도래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모바일 환경의 진화는 이미 상당히 진행됐기 때문이다.

진화하는 모바일 생태계 속에서 삼성전자는?

우선 삼성전자의 미래를 위한 선택을 가늠하기 전에 모바일 환경이 어떻게 변할 것인가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한다.

현재 애플, 안드로이드 등의 플랫폼을 바탕으로 TV 등 생활가전은 물론 위치기반서비스 확대 등 융합시대가 열리는 이른바 ‘앱’ 시대의 도래가 하나다. 다른 하나는 단일 플랫폼에 종속되지 않고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모바일 환경에서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모바일웹(Mobile Web) 시대의 대중화다. 모바일웹은 말 그대로 휴대폰을 포함한 다양한 모바일 단말환경에서 웹 기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개념. 이렇게 되면 어떤 업체의 플랫폼이 장착됐든 스마트폰 사용에 제약을 받지 않는다.

둘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을까. 지금은 아이폰용으로 개발한 소프트웨어가 바다폰에서는 작동하지 않는다. 하지만 모바일웹에서는 안드로이드용 애플리케이션을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가 깔리지 않은 휴대폰에서도 즐길 수 있게 된다.

일각에서는 스마트폰의 미래와 관련, ‘앱’ 시대가 점차 지고 ‘모바일웹’ 시대가 뜰 것이란 전망이 흘러나오고 있다. 시장조사회사 ABI리서치는 최근 스마트폰 앱스토어에서 앱을 다운로드받는 횟수가 2013년 이후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기준 24억건을 기록했던 앱 다운로드 건수는 2013년 70억건을 정점으로 하락한다는 게 골자다. 하나의 앱스토어만 이용해야 하는 종전 OS 체제에 피로감을 느낀 사용자가 다양한 접속 루트를 갖춘 모바일웹을 선호할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애플리케이션 개발자 입장에서도 애플용, 안드로이드용, 바다용으로 각각 개발하지 않아도 돼 모바일 생태계가 더욱 활성화될 수 있다.

김진형 카이스트 SW정책연구센터 소장(전산학과 교수)은 “결국 ‘호환성’이 핵심열쇠가 된다. 비록 현재의 모바일웹은 유저인터페이스(User Interface)가 정적이고 느리지만 이 같은 문제점이 해결되면 훨씬 대중성이 강해질 것이다. 스마트폰 경쟁에서 뒤지는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이 업계 표준으로 HTML5(잠깐용어 참조)라는 강력한 웹 표준을 만들고자 시도하는 것도 진도는 느리지만 결국 모바일웹으로 갈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서다”라고 배경을 설명한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택할 선택은 크게 두 가지로 갈린다.

‘바다’ 플랫폼 활성화를 통해 스마트폰시장은 물론 IT시장의 주도권을 갖고 오는 것이 첫 번째다. 박진수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전통적인 PC시장 매출분을 종국에는 스마트폰이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구글, 애플, 삼성전자의 관심은 스마트폰을 통한 PC시장 OS 선점이라는 목표에 집중돼 있다. 이를 통해 앞으로 스마트폰이 PC시장을 위협하게 되면 삼성전자를 포함한 각 업체들은 확대된 OS의 시장점유율를 통해 수익을 얻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하나의 시나리오는 삼성전자의 모바일웹 활성화다. 최근 삼성전자가 IBM,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 프리스케일 세미컨덕터, ST-에릭슨, 칩 디자인 회사인 암(ARM) 등 5개사와 함께 리눅스 기반 소프트웨어 개발회사 ‘린나로(Linaro)’를 설립키로 한 데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린나로는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에 들어가는 OS, 프로그래밍 툴, 암 기반 칩의 주요 부분을 개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린나로를 통해 모바일웹 기반을 구축하면 삼성전자가 애플에 내준 주도권을 되찾아올 수 있을 것이란 예상이 조심스레 흘러나온다.

삼성전자가 2007년부터 검색, 웹 솔루션 분야에 경쟁력을 갖춘 야후와 전략적 제휴를 통해 모바일웹을 활성화해나가고 있다는 점도 삼성전자가 모바일웹에 전력한다는 정황을 뒷받침한다. 삼성전자가 모바일웹상에서 야후 등이 보유한 다양한 콘텐츠를 구현하면 현재 ‘바다’가 지적받는 ‘콘텐츠 부족’이란 약점은 일정 부분 차단할 수 있다. NHN 등 국내업체와도 보다 원활한 콘텐츠 제휴가 가능하다.

물론 모바일웹 전략이 쉬운 것만은 아니다. 류한석 소장은 “삼성전자가 지속가능한 전략을 수립하고 모든 방법을 동원해 경쟁을 하더라도 아주 힘든 싸움이 될 것이다. 조직문화의 변화와 더불어 M&A를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라고 조언한다. 일각에서는 최근 HP에 인수된 웹OS를 보유한 팜을 삼성전자가 인수했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한다. 더 나아가 야후와 전략적 제휴를 넘어 한 식구가 될 가능성도 흘러나온다. B애널리스트는 “가까운 미래에 웹 솔루션을 갖고 있는 IBM, 검색과 모바일웹 부문에 경쟁력을 갖춘 야후 등 그간 제휴관계에 있던 회사들이 삼성전자와 한솥밥을 먹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라고 조심스레 전했다.

단말기의 변화 : Thin vs Rich

삼성전자 스마트폰 단말기 부문에서도 변화 조짐이 예상된다. 개발 방향은 크게 두 가지다. 신용카드처럼 초경량화·단순화로 가는 것이 하나, 현재대로 휴대하되 다양한 기능을 보유하며 오락기능을 추가하는 식이 또 하나다.

이준정 미래탐험연구소장(공학박사)은 “스마트폰은 10년 후 신용카드 크기만큼 줄어들고 상의 왼쪽 주머니에 넣어도 불룩 튀어 나오지 않을 만큼 적당한 두께를 유지할 것이다. 사람이 담당할 수 있는 비서 역할까지 스마트폰이 감당할 수 있는 형태로 ‘스마트 에이전트’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다. 사투리까지 해석해내는 통역 서비스는 물론 신체건강 측정 추적관리 및 건강관리, 개인 금융관리, 교통 및 이동정보관리 등을 담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를 가능케 하는 기술은 클라우드컴퓨팅과 디스플레이 기술이다. 클라우드컴퓨팅이란 응용 프로그램들을 데스크톱이나 서버가 아닌 외부 데이터센터에 저장해놓고 사용하는 기술. 강태진 삼성전자 전무는 “영화 마이너리티리포트처럼 허공에서 춤추듯 정보를 끌어올 수 있는 시대도 가능하다. 이는 클라우드컴퓨팅, 휘는 디스플레이 등 이미 기술이 받쳐주고 있기 때문에 생각보다 가까운 미래에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럴 경우 삼성전자 사업부 재편도 생각해볼 수 있다. C애널리스트는 “현재 사업부 체제로는 융합되는 시장을 쫓아가기 힘들다. LCD, 백색가전 등으로 나뉘는 것이 아니라 라이프스타일에 따른 사업부 융합이 뒤따를 것”이라고 전했다. 초경량화가 ‘thin’이라면 반대로 기능의 다양화, 복합화를 의미하는 ‘rich’를 주장하는 쪽도 있다. 김진형 소장은 “최소한의 통신 기능만을 갖춘 초경량 장비도 의미 있고, 지금 크기를 유지하면서 많은 기능을 갖춘 형태도 가능하다. 이때 전제는 소프트웨어는 어디에서나 다 작동하도록 호환성을 갖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보안 문제를 걱정하는 소비자라면 클라우드컴퓨팅 기반 스마트폰을 꺼릴 수도 있다.

류한석 소장은 “프라이버시와 네트워크 문제 등을 이유로 클라우드컴퓨팅을 바라지 않는 소비자도 분명히 있으므로 씬(Thin)&리치(Rich), 모두 함께 발전해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잠깐용어 HTML5

웹 문서를 만들기 위한 기본 프로그래밍 언어 ‘HTML(HyperText Markup Language)’의 최신 규격. 별도의 플러그인 없이 웹 애플리케이션 기능을 구현할 수 있다. 액티브X를 설치하지 않아도 동일한 기능을 구현할 수 있고 특히 플래시나 실버라이트, 자바FX 없이도 웹 브라우저에서 화려한 그래픽 효과를 낼 수 있다. HTML5가 확산되면 휴대용 단말기를 통해 웹을 즐기는 것도 더욱 쉬워질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박수호 기자 suhoz@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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